[붕괴:스타레일][책]신-41 고향의 메시지
신-41 고향의 메시지
편지 출처:행성 신-41
편지 유형: 가족 위문
검사 결과:통과. 밈 바이러스 없음
검사 담당자:엘리자베스-왓슨
배송지:천재 생태과-기초연구원-에이쿠라 슈
***밀 봉 선***
슈에게
네가 보낸 세 번째 편지를 받아서 네 아버지랑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단다. 네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껴둔 [월계화주]까지 꺼내서 불을 붙이고 축하할 정도였지. 말릴 수도 없었어. 너도 알다시피, 스링크 사람이 일방적으로 향로 운반을 금지하고 나서부터 관련 제품은 우리 삶에서 모조리 지워졌잖니. 네 아버지는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축하했단다. 편지를 마을 사람에게까지 돌렸지 뭐니. 네 아버지는 고의로 우리 사생활을 누설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들인 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그날 저녁에 다들 모여서 네 편지를 읽었단다. 우린 네가 얘기한 우주정거장의 [기물]을 들어본 적도 없어. 그리고 너와 함께 일한다는 [연구원]은, 후후, 평생 신-41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겐 스링크 사람과 견줄 수 있는 천재 같구나. 다만 네가 편지에서 말한 대로라면, 스링크 사람은 진리의 화신도, 우주의 지배자도 아니었지. 설마 그들은 애초에 우리의 문명을 끝까지 이끌 수 없는 거니? 스링크 사람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가 진짜 있는 거니? 솔직히 이건 네 엄마의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먼지 쌓인 책들 속에서 스링크 사람이 강림하기 전의 역사책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네 아버지가 막았단다. 내가 너무 한가해서 금서나 들춰보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일을 한다지 뭐니. 네 말로 반박하려 했지만. 그럴 시간이 있으면 향료 밭에서 잎이나 한 바구니 더 따라며, 그래야 다음 수확철에 돈을 모아서 너에게 보낼 수 있다더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네 아버지 말이 옳은 것 같아. 서면으로 작성된 것들은 너희 청년들이 넘기마. 여기 너랑 같은 학교에 다녔던 마일리라는 청년이 있는데, 네 편지를 읽을 때 아주 감격했단다.
생각을 좀 해보마. 그때 마일리는 의자에 서서, 넌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준 [불의 전달자]라고 하더구나. 그리고는 서둘러 자리를 떳다. 내가 편지를 쓰는 이 순간까지 벌써 22일 동안 실종됐었어. 그리고 안개가 가득한 오늘 이른 아침에 마일리의 시신이 발견됐어. 최근 신-41의 아침 안개가 짙구나. 아마 스링크 사람이 향료 소각량을 늘려서 그런 것 같아. 무슨 명절을 지내거나 어떤 중요한 사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소형 우주선이 스링크 거주지를 왕복하는구나. 이 얘기는 본론에서 벗어났으니 마일리의 얘기로 돌아오자면, 시신은 스링크 거주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황무지에서 발견되었단다. 눈과 입, 귓구멍과 복부에 이미 사용된 향료가 잡초처럼 가득 쑤셔 넣어져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스링크 사람이 보낸 경고라고 생각하고 있어. 힘 좋은 사람이 마일리를 언덕에 묻어줬단다. 황토색 라일락이 가득 핀 쪽에 말이다. 네 아버지를 포함해서 몇 명은 눈물을 흘렸어. 다들 짙은 연기 때문에 눈이 아프다며 큰 소리로 연기 탓을 했지. 그리고 작은 소리로 독불장군인 마일리는 사지로 가는 거랑 다름 없다고 했어. 생각이 있으면 다 같이 상의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마일리는 불집게처럼 억센 사람이라 죽을 때까지도 사나이라고 했어. 넌 걱정하지 말아라. 이제 다시는 네 아버지가 편지를 돌려보지 못하게 하마
그리고 모두가 의아하게 여긴 점이 하나 생각났어. [헤르타]는 네 직장 아니야? 그럼 [헤르타 님]은 또 뭐니? 사람이니? 네 설명에 따르면 똑똑하고 부유하며. 차갑고 미친 점이 스링크 사람 같더구나. 넌 신-41에서 스링크 사람과 10년 넘게 왕래했으니 헤르타 님의 눈에 든 것도 이상할 건 없겠지. 물론 네 직업을 무시하는 의미가 아니란다. 네가 피나는 노력으로 업무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으리라 믿어. 너의 그런 성품은 처음에 시험을 통과하고 [헤르타]에 갈 수 있는 티켓을 받았을 때 이미 증명 됐어. 그리고 네가 언급한 카포티 님은 네게 아주 잘해주시니. 은하게엔 아직 좋은 사람이 많단 뜻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곳곳에서 [순항의 레인저]의 업적을 얘기할 리 없잖아. 네 말대로 넌 우주정거장의 [스타]니까. 너무 네 재능을 드러내지 마렴. 네가 젊은 혈기로 괜한 피해를 볼까 걱정되어하는 당부란다. 아들은 엄머가 제일 잘 알잖니.